1. 꼭 육체적인 사랑만이 사랑이 아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6년 전 한참 인디영화를 보러 이화여대에 있는 아트하우스에 찾아가서 우연히 보게 된 영화였었습니다. 영화 똥파리에 주연이었던 양익준 배우가 영화에 출연했고 상대 배우로는 연기파 배우인 전혜진 배우님과 정가람이라는 신인 배우가 삼각관계로 시작하는 사실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됐습니다.예매 하기전 예고편을 봤을 때 제주도가 배경이고 웃긴 장면들이 나왔습니다. "코믹스러운 성 소수자 영화인가? 재밌게 웃고 나오겠다."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볼 생각으로 영화를 보러 들어갔습니다. 양익준 배우가 맡은 시인역은 제주도에서 태어나 마흔 살 까지 시인으로서 시를 쓰며 다른 돈 버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캐릭터로 나옵니다. 무능하지만 그런 시인조차도 사랑하는 아내는 혼자 기념품을 팔며 돈을 벌어 빚까지 홀로 갚고 이제 욕심을 내어 시인과 함께 애를 갖기 위해 시도를 하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게 됩니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아내와 돈에 욕심이 없듯이 정자마저도 적은 시인은 그렇게 잔잔하게 살아가듯 나오다가 어느날 집 앞에 도넛 가게가 생겨 거기서 훈훈한 젊은 청년이 알바하게 됩니다. 도넛의 맛을 알게 된 시인이 자주 도넛집에 가게 되면서 청년과 시인은 도넛 가게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고 도넛집에서 시를 쓰다가 소년의 지나가는 "할아버지도 고아구나"라는 말에 파도처럼 밀려오듯 위태로운 감정을 느끼게 되고 둘 사이에 우리는 알지 못하는 교류가 생깁니다. 성 소수자 영화에서도 불타는 사랑처럼 서로 없으면 안 되는 설정으로 가지만 이 영화는 서로 의지하며 어떨 땐 부모와 자식 같고 순수한 어린 남자들의 투정과 질투 그리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마저 복잡하고 순수하게 그려지는 거 같습니다. 시인과 소년은 육체적인 관계는 전혀 맺지 않고 정신적인 사랑을 하며 나중엔 제주도를 피해 서울로 가자는 얘기가 나오지만 결국 현실에 부딪혀 시인은 아내와 함께 애를 낳고 평범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되고 소년은 용기를 내어 서울로 상경해 도전하게 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둘은 헤어졌지만 서로의 미래에 응원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에 다시금 사랑이란 무엇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 영화입니다.
2. 외국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있다면 한국엔 <시인의 사랑>
시인은 쓸모없는 예고편에 소개됩니다. 변변한 직장도 없고 재산도 없고 정자마저도 없는 정말 쓸모없는 자체였던 시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도넛 가게에서 알바하는 소년과 얘기하게 되고 처음 맛보는 달콤한 맛의 도넛처럼 계속 찾게 되고 생각나게 됩니다. 결국 소년과 산책하러 산에도 가고 소년의 집에 가게 되어 아픈 소년의 아버지를 뵙고 도와주게 됩니다. 시인은 아내에게 소년이 불쌍해서 도와주려는 마음뿐이라고 하지만 밤새 시인의 머릿속에 소년의 생각으로 끊임없이 괴롭힙니다. 결국 시인은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소년을 택해 같이 떠나자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소년은 시인의 아내와 만나 임신한 아이가 있다는 말에 곧 태어날 아이가 아버지 없이 자랄 생각에 마음이 약해져 떠나자는 시인의 말을 거절하게 되고 나중엔 몸싸움을 벌입니다. 결국 시인은 아버지가 되고 책임감으로 일자리로 얻게 되어 잘 살아가게 됩니다. 돈을 모은 적이 없던 시인은 소년과 헤어지고 통장에 저축했었고 나중에 소년과 마주치게 된 날 소년에게 그 통장을 전달해 줍니다. 제주도가 아닌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게 통장에 들어있는 돈으로 떠나라는 말을 해줍니다. 그렇게 둘은 이별하고 시인은 태어난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이불 속에서 아이의 구린내를 맡고 눈물을 훔칩니다. 헤어진 소년의 어린 시절 쥐약을 먹고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소년의 아버지가 엄마 몰래 없는 돈으로 로봇을 사와 어린 소년의 병실에서 이불을 덮고 로봇을 보여줬는데 소년이 이불속에서 뿡 하고 방귀를 뀌고 독한 냄새를 맡았지만, 아버지와 소년이 계속 이불속에서 웃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시인은 그 생각에 소년이 생각나 눈물이 훔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평범한 사랑밖에 못한 나에게는 애특한 사랑를 하는 시인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순 없지만 현실적이고 차분한 영화 흐름에 빨려들어가듯 좋았습니다.
3. 영화 속 인생 시 (시인과 소년이 이별하고 읊은 시)
그래서
-김소연
잘 지내요,
그래서 슬픔이 말라가요.
내가 하는 말을
나 혼자 듣고 지냅니다.
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
나 혼자 듣습니다.
내일이 문 바깥이 도착한 지 오래되었어요.
그늘에 앉아 긴 혀를 빼물고 하루를 보내는 개처럼
내일의 냄새를 모르는 척합니다.
잘 지내는 걸까 궁금한 사람 하나 없이
내일의 날씨를 염려한 적도 없이
오후 내내 쌓아둔 모래성이
파도에 서서히 붕괴하는 걸 바라보았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 아코디언을 켜는 걸 한참 들었어요.
죽음을 기다리며 풀밭에 앉아 있는 나비에게
파피용,이라고 혼잣말하는 남자애를 보았어요.
꿈속에선 자꾸
어린 내가 죄를 짓는답니다.
잠에서 깨어난 아침마다
검은 연민이 뒤척여 죄를 통과합니다.
바람이 통과하는 빨래들처럼
슬픔이 말라갑니다.
잘 지내냐는 안부는 안 듣고 싶어요.
안부가 슬픔을 깨울 테니까요.
슬픔은 또다시 나를 살아 있게 할 테니까요.
검게 익은 자두를 베어 물 때
손목을 타고 다디단 진물이 흘러내릴 때
아 맛있다라고 말하고
나 혼자 들어요.
영화 속에서 시를 독백으로 읊는 양익준 배우의 목소리가 정말 한없이 잘 어울리고 노곤하게 슬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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